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2026 지방선거의 해 🗳️
올해 타이관과 한국 모두 지방선거가 치러지죠. 선거를 약 10개월을 앞두고 최근 타이완 각 정당에서는 당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번 선거는 라이칭더(賴清德) 총통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지방선거이자 2028년 대선을 향한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의 정치판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겠죠.
대선이 국가 정체성이나 외교 같은 큼 담론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지방선거는 가로등 정비부터 도시계획까지 우리의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죠. 그런데 타이완의 지방선거 역사를 돌아보면, 일본 식민지 시대에 처음으로 치러지긴 했지만, 실제 권력은 여전히 총독부에 집중되어 있었고, 1950~80년대 백색테러 시대에도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놓여 있었습니다. 1990년대 민주화와 여러 법 개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국민이 선거의 주체가 될 수 있었죠. 말 그대로 길고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26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민진당은 1차 후보자 명단을 밝혔다. - 사진: CNA
이 과정에서 지방선거는 오랫동안 지역과 종교 세력, 조폭 등과 얽혀 왔는데요. 조폭을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는 이른바 ‘흑금정치(黑金政治)’, 그리고 물밑 합의를 뜻하는 ‘挲圓仔湯(so-înn-á-thng)’, 즉 탕위안을 만든다는 표현까지, 이런 현실을 가리키는 정치 용어들이 따로 존재할 정도입니다.
이런 타이완 특유의 선거 풍경을 다룬 소설이 최근 등장했습니다. 바로 2025년 타이완 문학상 ‘금전장(金典獎)’의 수상작, 롄밍웨이(連明偉)의 소설 《창강창창(槍強搶嗆)》인데요. 권력과 돈, 욕망 같은 인간의 어두운 얼굴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을 생기 있는 선거 현장으로 데려갑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현시점, 오늘은 이 소설을 통해 정치의 열기를 함께 느껴보겠습니다!
타이완 최초의 지방선거 소설 📥
타이완은 선거에 유난히 열광하는 나라입니다. 2년마다 대규모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물론, 국민투표와 입법위원이나 지자체장을 향한 파면 투표까지 포함되면 거의 해마다 선거가 있는 거죠. 그런데 의외로, 선거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은 많지 않은데요. 롄밍웨이에게 문학의 중요한 기능은 바로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고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쓰는 것이고, 선거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제도라면, 문학은 그 현실에 저항하거나 기록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롄밍웨이는 타이완 현대문학에서 처음으로 지방선거에 포커스한 작품을 써낸 거죠.
소설의 무대는 롄밍웨이의 고향 이란(宜蘭) 터우청(頭城)입니다. 터우청은 이란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지역이자 가장 일찍 개발된 곳으로, ‘개란 제일성(開蘭第一城)’이라고 불려왔는데요. 하지만 항구 기능이 사라지고 개발 가능한 땅이 줄어들면서, 주변 지역에 비해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지금은 노인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 되었죠. 그런데 바로 이런 ‘도시가 아닌’ 특성 때문에, 오히려 가장 전통적인 타이완식 선거 문화가 깊게 남아 있습니다.

거북이 모양의 섬 '궤이산섬(龜山島)'을 볼 수 있는 이란 터우청 - 사진: 터우청진공소
해외 생활을 오래 했던 롄밍웨이는 고향의 독특한 정치 구조에 놀랐다고 하는데요. 마을의 운영은 사실상 읍장과 유사한 진장(鎮長) 한 사람에게 달려 있고, 진장이 한마디 하면 중앙정부조차 쉽게 개입하지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인구가 2만 7천 명 남짓한 작은 도시지만, 횡령 같은 부정부패 사건으로 전국 뉴스에 오르는 일도 빈번합니다. 정치적 경쟁에서 현직 진장이 전임 진장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수십 년간 진장을 맡아 온 인물이 횡령으로 공민권을 박탈당하는 등 각종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죠.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터우청의 선거 문화는 십여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더럽고 흥미로운 선거 이야기들 🗨
지난해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열린 한 대담 자리에서, 롄밍웨이의 또래 작가 천보칭(陳栢青)은 《창강창창》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작품 전체가 북 치고 꽹과리 치듯 떠들썩하다. 총알과 조작, 각종 사기 수법, 여기에다 세력을 넓히기 위한 인맥 쟁탈과 현금 살포까지, 선거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더럽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전부 담겨 있다.” 고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롄밍웨이는 상식에서 벗어나 보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선거의 현장을 소설로 풀어냈습니다. 그 결과, 타이완 문단에 또 하나의 생생한 서사가 펼쳐졌죠.
제목 《창강창창》은 발음이 비슷한 네 개의 한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폭력을 뜻하는 ‘창(槍)’, 권력의 힘겨루기를 담은 ‘강(強)’, 후보 진영 사이의 박탈을 의미하는 ‘창(搶)’, 그리고 서로를 찌르는 언어의 충돌인 ‘창(嗆)’. 비슷한 소리에서 출발해 네 가지 이야기로 선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소설 속 네 명의 주요 인물을 비추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네 인물의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선거의 열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노래를 함께 들어보시죠. 라이칭더(賴清德) 총통과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이 2024년 대선에서 사용했던 캠페인 송 ‘메이드 인 타이완(美德贏台灣)’입니다.
창-강-창-창! 💥
첫 번째 글짜 ‘창’자의 주인공은 태어나서 줄곧 고향 터우청에 머물러 온 30대 토박이입니다. 사회 구조의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미래가 좀처럼 보이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내일을 버틸 수 있는 하루 품삯이죠.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각종 캠페인에 참여하며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가 쏜 총알은 과연 어디로 날아갔을까요. 이 챕터에는 황당하고 익살스러운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고, 거친 말도 많지만 그만큼 가장 생생한 사회의 단면이 담겨 있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글자 ‘강’은 외지에서 터우청으로 온 40대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후보자의 내연녀라는 위치에서 선거 전략과 캠페인에 관여하고, 또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쌓은 날카로운 감각으로 선거의 흐름을 읽어내죠. 사랑과 욕망이 다시 타오르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 앞에서 이 강한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가 핵심입니다.
셋 번째 ‘창’이 비추는 인물은 60대 아주머니, 선거판에서 ‘장각(樁腳)’ 역할을 해온 현지인입니다. ‘장각’이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설득하는 인물을 의미하는데요. 사찰 관계자, 농민·어민단체 인사처럼 지역 정치에 익숙하고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선거 기간에 오가는 돈이나 뇌물 역시 대개 이들의 손을 거쳐 전달됩니다. 때로는 상대 후보의 장각을 매수해 선거 결과를 뒤흔들기도 하고요. 첫 번째 주인공과 같이 터우청 출신이지만, 노련한 수완으로 이익을 챙기며 비교적 잘 사는 편이죠.
마지막 ‘창’의 주인공은 현지 출신의 50대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입니다. 네 인물 가운데 저자 본인과 가장 가까운 시선을 지닌 인물이기도 한데요. 이에 롄밍웨이는 이 챕터가 가장 쓰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글쓰기로 고향을 더 깨끗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외지와 현지의 시선을 동시에 지닌 채, 비교적 한 발 물러선 방관자의 위치에서 선거를 바라봅니다.
2025 금전장을 수상한 《창강창창(槍強搶嗆)》 - 사진: INK문학
정치는 승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출신도 신분도 나이도 서로 다른 네 명의 캐릭터.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선거의 소용돌이 주변에 서 있다는 겁니다. 롄밍웨이는 후보자가 아닌 우리 이웃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 시선을 맞추며, 문학이라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인간성의 다양성을 조명합니다. 밝음과 어둠, 정의와 타협이 뒤섞인 그 애매하고 복잡한 모습은 마치 카니발 같은 선거 속에서 더욱 또렷해집니다.
정치는 승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죠. 우리의 일상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선거 현장은 국민의 의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고, 떠들석하면서도 가장 살아 있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문학으로 타이완의 선거 열기를 한 번 맛본 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마음에 드는 후보자는 이미 정해 두셨나요?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連明偉,《槍強搶嗆》。
2. 廖宜美,「當小說遇上地方選舉:連明偉X陳栢青對談《槍強搶嗆》」,OPENBOOK閱讀誌。
3. 陳默安,「無窮的移動中尋找凝凍的時間:連明偉專訪」,OPENBOOK閱讀誌。
4. 吳緯婷,「重新啟動,處決已僵化的一切 ── 連明偉」,聯合文學。
5. 祁立峰,「選舉實境秀」,琅琅閱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