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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고양이 역장 🍊🐱
오늘은 음력 정월 초이틀, 설 연휴 닷새째입니다. 한국은 오늘까지만 휴가지만 타이완은 아직 연휴가 절반이나 남아 있는데요. 이럴 때 큰 고민이 어디로 나들이를 갈까 하는 거죠.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분이시라면 특히 귀가 솔깃해질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가오슝 지하철의 고양이 마스코트 ‘밀감(蜜柑)’의 새로운 콜라보 행사인데요. 이 밀감은 그냥 캐릭터가 아니라 올해로 6살이 된 진짜 고양이입니다. 길고양이 출신으로 지하철 직원에게 입양된 후, 지금은 차오터우 설탕공장(橋頭糖廠)역의 고양이 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렌지빛 털색 덕분에 이름도 귀엽게 ‘밀감’이라 불리게 되었죠.
근무 중인 밀감 - 사진: 가오슝지하철
밀감 x 마주여신 사찰 🧧
평소 밀감은 가오슝 지하철 본부에서 ‘근무’하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차오터우 설탕공장역에서 시민들과 만납니다. 이달 당직일은 마침 오늘, 2월 18일입니다. 명절이나 축제 때마다 색다른 코스프레로 유명한 밀감은 이번 콜라보에서 타이완 전통신앙을 모티브로 한 두 가지 복장을 선보였는데요. 첫 번째는 도교의 여신 ‘마주여신(媽祖)’ 순례 때 신도들이 입은 의상으로, 붉은색과 푸른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요. 두 번째는 호랑이를 형상화한 수호신 ‘호야(虎爺)’의 노란색 복장입니다. 전통미가 가득한 두 복장은 밀감의 귀여미를 한층 더 살리는 동시에 타이완의 깊은 종교문화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콜라보는 3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윈린(雲林) 베이강(北港)의 차오톈궁(朝天宮)과 함께 진행되었는데, 새해의 시작에 마주여신의 가호를 도시 곳곳에 전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죠. 밀감의 새 복장뿐만 아리나, 같은 콘셉트로 꾸민 특별 열차와 승강장 스크린도어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벤트는 오는 4월 30일까지 이어집니다.
사실 밀감이 지하철 마스코트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닌데요. 밀감이 근무하는 차오터우는 타이완 최초의 현대식 설탕공장이 자리한 곳으로, 지금도 깊은 역사적 기운이 남아 있는 지역입니다. 공장 주변에 녹지가 많고 골목마다 길고양이가 살고 있는 특색을 살려, 지하철 차오터우 역장은 입양센터에서 직접 ‘면접’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 때 “지하철에서 일하고 싶니”라는 질문에 “먀오~”하고 대답한 고양이 밀감이 최종 선택을 받게 된 거죠. 밀감 덕분에 가오슝 지하철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버텨내고 눈에 띄는 관광 성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밀감에게는 ‘마케팅 신수(神獸)’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일본 만화 캐릭터로 분장한 밀감 - 사진: 페이스북@高雄捷運-蜜柑站長
그럼 오늘은 밀감이 살고 있는 가오슝 차오터우로 함께 나들이 떠나볼까요?
차오터우인의 정체성 🍬 설탕공장
지금 기차역과 지하철역을 모두 갖춘 차오터우는 사실 예로부터 교통 요충지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두 개의 하천이 지나는 지리직 이점에 힘입어 17세기 정씨왕국 시대에는 수운 보급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었고, 청나라 시대에도 무역의 중심이었습니다. 이후 일본 식민지 시대에 설탕공장이 이곳에 설립된 것도 편리한 입지와 풍부한 수자원 덕분이었죠. 최근에는 과학단지 건설과 함께 인구가 많이 유입되며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비록 새로운 산업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지만, 차오터우를 가장 잘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역시 설탕공장이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공장의 굴뚝이 보이면 “아, 차오터우에 도착했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차오터우 사람들의 정체성을 만들어온 공간입니다.
차오터우 설탕공장 - 사진: 타이완설탕공사
시간을 설탕공장이 세워진 1901년으로 가보면, 당시 일본은 자국의 설탕 수요와 타이완의 재정적 자립을 위해 설탕업을 중점 산업으로 적극 추진했습니다. 차오터우는 많은 후보지 중 첫 번째 신식 공장 부지로 선정되었고, 사탕수수밭뿐이던 농촌에서 우체국과 극장, 학교를 갖춘 현대적인 지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차오터우 공장은 전투기 연료로 쓰이는 알코올을 대량 생산했기 때문에 미군의 주요 폭격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설비와 건물이 파괴되었고, 설탕 생산에도 큰 타격을 입었죠. 전쟁이 끝난 후 중화민국 정부가 일본의 모든 설탕 산업을 접수해 복원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정상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타이완설탕회사(台糖)’가 설립되면서 설탕업은 1950~60년대 타이완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차오터우 공장 역시 이 경제 기적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사탕수수를 운송했던 기차 - 사진: 타이완설탕공사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국제 설탕 가격이 하락하고 생사 원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타이완 설탕업은 서서히 쇠티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이 추세 속에서 차오터우 공장도 1999년 운영을 중지했죠. 다행히 멈춰진 기계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문화 보존의 계기가 되었는데요. 폐공장은 설탕박물관으로, 한때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단지는 예술 마을로 재탄생해 계속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단지에 심어진 나무들도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휴식공간이 되었습니다. 차오터우에 고양이들이 많이 머무는 이유도 이 넓은 부지 덕분이겠죠.
▲관련 프로그램:
마약으로 오인당해도 멈출 수 없는 20봉지! 타이완 설탕의 매력①
TSMC 있기 전, 타이완 먹여 살린 '호국신산'... 타이완 설탕의 매력②
잘 보존된 역사 건축이 많아 차오터우 공장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데요. 이어서 여기서 촬영된 영화 <혈관음(血觀音)>의 OST ‘나무에 스민 초록(滿樹萃碧)’를 띄워드립니다.
계엄령 시행 후 첫 정치 시위 🪧 차오터우 사건
타이완 설탕업에서 관건적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차오터우도 타이완 민주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곳인데요. 1979년, 계엄령 시행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정치 시위 ‘차오터우 사건(橋頭事件)’이 이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가오슝현장이었던 위덩파(余登發)와 그의 아들이 간첩 혐의로 체포되자, 국민당 정부에 반대하는 이른바 ‘당외(黨外)세력’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엄격한 통제와 감시가 일상이었던 시대에 공개적인 시위 행진은 그야말로 별을 따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위덩파 전 가오슝현장 - 사진: 추완싱(邱萬興)
그렇다면 위덩파는 어떤 인물일까요? 1904년 차오터우에서 태어난 그는 현지 자치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초대 차오터우향장과 제1회 국민대회 대표, 차오터우현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워 한때 국민당의 입당 요청을 받았지만, 당 내부의 부정선거를 직접 목격한 후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차오터우현장 재임 시절에는 국민당 가오슝 당부의 지원금을 학교 건설에 투입하고 당외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며 당국의 눈엣가시가 되었죠. 당외세력은 국민당이 위덩파를 탄압한 이유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당외 세력의 연결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위덩파가 체포되자, 당외 성향의 젊은이들은 그의 고향 차오터우에서 가오슝 기차역까지 14km를 행진하고 대규모 항의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계염령 시대, 이런 목소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위덩파는 징역 8년형을 선거받았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타오위안현장이었던 쉬신량(許信良)도 감찰원의 탄핵을 받게 되었습니다.
1979년 1월 22일 차오터우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 - 사진: 천보원(陳博文), 바과랴오문화기금회(八卦寮文化基金會)
비록 당장의 결과는 혹독했지만, 이 시위는 타이완 민주화 운동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정부에 대한 직접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은 수많은 젊은 세대를 고무했고, 이후 민진당 결성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같은 해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일어난 민주 시위 ‘메이리다오 사건(美麗島事件)’ 역시 차오터우 사건에서 촉발되었다고 평가받고 있고요. 또한 메이리다오 사건으로 체포되었던 차오터우 출신 청년 다이전야오(戴振耀)는 출소 후 농민운동에 뛰어들어 타이완 사회의 진보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세계 인권의 날] ‘포르모사의 봄’ 메이리다오(美麗島) 사건
부정선거에 맞선 시민들의 외침! 1977년 중리(中壢)에서
달콤한 차오터우의 매력 ✨
타이완의 경제와 정치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차오터우는 이제 관광과 과학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양이 역장 밀감의 마켓팅까지 더해지며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로 다시 주목받고 있죠. 봄을 앞두고 나들이 계획을 세우고 계신다면, 따뜻한 남부 도시 가오슝 차오터우를 한 번 둘러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하면서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蜜柑站長x北港朝天宮創意聯名-萌虎慶平安 高雄過好年」,高雄捷運。
2. 「橋頭糖廠貓村花園 超萌彩繪喵星石展現糖廠生命力」,高雄捷運。
3. 「高捷貓站長蜜柑領軍 與郵局一同以郵傳愛」,高雄捷運。
4. 何政億,「漫步高雄橋頭記憶,探索老街巷弄和橋仔頭糖廠藝術村,感受跨時代的小鎮美好」,三餘書店。
5. 時光土場,「臺灣糖業的源起之地─橋頭糖廠時空巡禮」,汽笛聲消逝的鐵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