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먹어야 할 타이완 전통 음식부터 각 지역 특산물과 현대 감각을 더한 퓨전 음식까지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Rti한국어방송의 수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입니다. 안녕하세요 랜선미식회 진행자 손전홍(sch@rti.org.tw)입니다.
여러분, ‘중화민국’, '타이완'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기름에 지글지글 맛있게 튀겨지는 타이완식 닭튀김, 야시장의 지파이(雞排)?
아니면 속이 확 풀리는 얼큰하고 진한 국물의 우육면(牛肉麵)?
하지만 오늘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바로 '채식'인데요.
"타이완까지 가서 샐러드만 먹으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는
CNN이 선정한 세계 10대 채식 친화 도시 중 하나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세계 주요 도시 중 가장 채식하기 좋은 도시라는 건데…
타이완은 전국민의 10% 이상이 채식주의자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일반 식당에서도 채식 메뉴가 따로 있어요!
타이완에선 채식을 ‘희고 순수하다’라는 뜻의 한자 본디 ‘소(素)’자에
밥, 음식, 먹다라는 뜻의 먹을 식(食)자를 써서
‘소식(素食)’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채식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인데…
패스트푸드와 육류의 잦은 섭취로 인한
건강 악화와 비만 증가에 대한 경각심,
환경운동의 확산까지 겹치면서
타이완의 채식인구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에서 채식은 단순히 샐러드나
두부만 먹는 의미가 아닙니다.
타이베이만 하더라도
채식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제철 채소 등 식재료로 만든
다채로운 요리를 만나게 됩니다.
고기보다 더 고기 같은 맛을 내는 창의적인 요리부터 파인 다이닝까지,
타이완의 채식은 단순한 식단이 아니라
국민의 10%이상이 즐길 정도로
하나의 대중화된 '식문화'입니다.
오늘 랜선미식회에선 편견을 완전히 깨버릴 타이완의 채식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채식주의자가 살기 좋은 나라 타이완
2024년 기준 전 세계 채식주의자 및 비건 인구는
약 4억 9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특히 인도는 힌두교 및 채식 문화의 영향으로
전체 인구의 약 40%인 3~4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채식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요.
그리고 타이완이 전 세계에서 채식 인구 비율이 세 번째로 높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소셜미디어에서 통계 이미지를 공유하는 ‘World of Statistics’의 자료에 따르면
타이완 채식자 비율은 인도와 멕시코에 이어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채식은 타이완에서 중요한 음식 트렌드입니다.
2025년 12월 통계 기준
타이완의 인구는 약 2,330만 명 수준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도 안됩니다.
하지만 채식하는 인구는
대한민국(3%)의 4배로,
전체 인구에 13~14%로 집계됐습니다.
즉 300만 명 이상이 채식주의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타이완의 채식 시장 규모는 뉴타이완달러 600억원,
한국 돈으로 2조 5천 억 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구에 대비해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죠?
타이완은 채식을 특별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굳이 비건 채식 식당이 아니어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이
대부분의 식당에 기본적으로 준비돼있습니다.
야시장에서는 버섯구이 등 채식 메뉴를 쉽게 만나 볼 수 있어서,
야시장 조차 채식하기 좋은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들에게 타이완은 그야말로 '천국'인 셈이죠.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아니여도 채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 만큼,
타이완에선 채식 전문 식당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한국에서도 유명한 타이완의 샤오롱바오(小籠包) 맛집
딩타이펑(鼎泰豐)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만두를 팝니다.
여러분, 지난 1월 25일 타이베이 하늘을 보셨나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가 있었죠.
영화 <프리 솔로>의 주인공, 미국의 암벽 등반 전설 알렉스 혼놀드가
무려 508미터 높이의 타이베이 101 빌딩을 맨손으로 정복했습니다!
혼놀드는 밧줄과 기타 보호 장비 없이 초크백만을 사용해
타이베이 101를 오른 최초의 등반가가 됐는데…
단 92분 만에 빌딩 꼭대기에 서서
타이베이 전경을 내려다보는 혼놀드의 모습은 정말 소름 돋는 감동이었어요.
그런데 이 초인적인 체력의 비결이 의외의 곳에 있다고 합니다.
높은 타이베이 101 빌딩 건물 외벽을 오르는 데
엄청난 근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이 '고기라도 든든히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혼놀드의 선택은 정반대였습니다.
혼놀드는 평소 99% 식물성 식단,
즉 채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끔 하와이의 전통 음식인 포케볼을 먹는 걸 제외하면
철저하게 고기를 멀리하죠.
혼놀드가 채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자신의 건강, 그리고 환경 보호, 마지막으로 동물 복지 때문이죠.
마흔의 나이에도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이
바로 이 채식 식단에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혼놀드가 타이베이 101을 오르기 직전,
타이완에서 즐겨 먹은 채식,
비건 음식은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멀리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바로 타이베이 101 지하 1층에 있는
타이완 사람들의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샤오롱바오 맛집,
딩타이펑(鼎泰豐)이었죠!
혼놀드는 도전 전 며칠 동안 딩타이펑의 단골손님이었는데요.
혼놀드가 특히 사랑한 메뉴는 바로 채식물만두였습니다.

▲딩타이펑의 채식 만두. [사진출처 = 딩타이펑 홈페이지]
딘타이펑에서 제공하는 채식 만두는 표고버섯과 청경채,
말린 두부 ‘또우간(豆干)’과 당면으로 속을 채운 버섯 채식물만두인데요.
담백한 또우간과 감칠맛 가득한 표고버섯으로 맛을 꽉 채우고,
청경채를 잘게 다져 넣어 향긋하면서도 식감이 살아 있죠.
그래서 일반 고기만두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고,
채식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고요.
혼놀드는 타이베이 101에 오르기 전
신선한 채소로 꽉 찬 딘타이펑의 채식 물만두를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했다고 해요.
타이완의 정갈한 채식 요리가
세계적인 등반가의 입맛과 체력을 모두 사로잡은 셈이죠.
혼놀드 같은 스포츠 스타가 타이완의 채식 물만두에 열광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요즘 타이완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혼놀드 채식 식단 따라 하기'가 유행이라고 하네요.
여러분도 오늘 저녁엔 딘타이펑 스타일의 담백한 채소 물만두 한 접시 어떠신가요?
몸도 가벼워지고 지구도 지키는 기분 좋은 한 끼가 될 것 같습니다.
Rti 한국어방송의 수요일 프로그램 랜선미식회,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손전홍이었습니다. 저는 다음주 수요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참고자료
2월 4일(수) 랜선미식회 삽입곡
[BGM :① 종흥민(鍾興民) – 스케르초(scherzo) (영화 ‘음식남녀2’ 중에서)
②종흥민(鍾興民) – 무림비급(武林秘笈) (영화 ‘음식남녀2’ 중에서)
③종흥민(鍾興民) –대돈황(大敦煌) (영화 ‘음식남녀2’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