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WBC 타이완팀 🏆 승리를 위하여
4년마다 열리는 야구 국가 대항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오는 5일부터 17일까지 펼쳐집니다. 타이완은 한국, 일본, 호주, 체코와 함께 1라운드 C조에 편성되었는데, 5팀 중 상위 2팀만 2라운드에 오를 수 있습니다. 주최 측 메이저리그(MLB)가 발표한 순위 예측을 보면, 일본은 2위, 타이완은 8위, 한국은 9위로 전망되었습니다. 타이완이 2024년 프리미어12 우승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죠. 팀 타이완 화이팅!
지난 1월 15일부터 합동 훈련을 시작한 WBC 타이완 대표팀 - 사진: CNA
주자 있는 순간: 타이완 야구 만화의 결정적 한 타 ⚾️
이처럼 야구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타이완 야구 만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시도 열리고 있는데요. ‘주자 있는 순간: 타이완 야구 만화의 결정적 한 타(壘上有人:臺灣棒球漫畫的全力一擊)’라는 제목으로, 오는 8월 30일까지 타이중에 있는 타이완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WBC 개막에 맞춰 타이완 최고의 야구장인 타이베이 돔에서도 오는 5일부터 7월 26일까지 관련 전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야구의 감동이 경기장을 넘어 만화 속으로도 이어지고 있죠.
뿐만 아니라, 지난해 출범한 타이완 운동부는 문화부와 긴밀히 협력해 왔는데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두 부처는 ‘스포츠 만화 공모’ 프로젝트를 추진해 5개의 만화가 팀을 선정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에 리위안(李遠) 문화부 장관은 “스포츠와 문화의 결합은 최근 흥행에 성공한 프리미어12 다큐멘터리 <우승을 향한 길(冠軍之路)>을 통해 잘 드러났다”며, “만화 역시 영화처럼 큰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치왕(黃啟煌) 운동부 차장도 “기회가 올 때마다 풀 스윙을 하듯, 운동부와 문화부의 협력도 힘차게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전시 현장에서 야구를 체험하고 있는 리위안(우) 문화부 장관과 황치왕(가운데) 운동부 차장 - 사진: CNA
WBC를 앞두고, 오늘은 타이완 야구 만화의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볼까요?
2차 창작물로 시작한 타이완 야구 만화 🏃
야구는 타이완의 ‘국구(國球)’, 즉 ‘국가의 공’이라 불릴 만큼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민족과 세대를 넘은 공통된 언어이자, 타이완사람 정체성의 상징입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는 식민 권력의 색채를 짙게 띠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어려운 경제, 외교 현실 속에서 국민을 하나로 묶는 여가 활동이자 강한 민족주의의 결정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1970년대 청소년 야구팀의 활약은 타이완 야구의 황금기를 열었고, 1990년대 프로 야구 출범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를 알렸습니다. 이후 승부조작 사건 때문에 한때 침체를 겪었지만, 모두의 노력으로 이제는 다시 국제무대에 당당히 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100년 넘게 이어진 야구 열기는 만화 속에서도 생생히 드러납니다. 타이완 만화는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발전의 싹을 틔웠지만, 1966년 실시된 심사 제도로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출판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많은 만화가들이 봇을 내려놓았고, 창작의 흐름은 한동안 단절되었죠. 이 심사 제도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야 폐지되었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총통도 반한 타이완 만화!
이런 상황에서 출판사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인기를 얻은 일본 만화를 대거 출간했습니다. 동시에 1960~70년대 청소년 야구 열풍과 맞물려 야구 만화는 큰 사랑을 받았죠. 당시 만화 심사를 담당했던 국립편역관의 자료에 따르면, 1966~1987년 출판된 만화 2,917권 중, 스포츠 만화는 368권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21권, 약 3분의 1이 야구 만화였습니다. 숫자만 봐도 야구가 타이완 사회에서 얼마나 강한 문화적 존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저작권법이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타이완에서 출판된 야구 만화의 상당수는 일본 만화의 해적판이나 ‘2차 창작물’이었는데요. 지금 기준으로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오히려 독특한 작품들도 많이 탄생했습니다. 이 흐름은 1975년 타이완 정부가 일본 만화의 정식 심사를 허가하기 전까지 이어졌습니다.
트레이싱 제작 & 콜라주 제작 ✍️
이러한 2차 창작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는 ‘트레이싱 제작(描抄重製)’, 즉 원작을 바탕으로 다시 그려 재구성하는 식입니다. 한 페이지에 여러 칸이 배치되는 일본 만화와 달리, 당시 타이완 만화는 많아야 세 칸 정도만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일본 작품을 그대로 옮길 수 없었고, 타이완 독자의 읽기 습관에 맞게 컷을 재배열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콜라주 제작(剪貼創作)’, 일본 만화의 일부 장면을 오려 붙이고, 그 위에 타이완 만화가가 직접 그린 내용을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실제 뉴스 사진이나 인물 사간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홍엽, 세계 챔피언 팀을 대파하다(紅葉大勝世界冠軍隊)》와 《중화 금룡(中華金龍)》이 있는데요. 전자는 1968년 일본 스타팀을 꺾은 홍예(紅葉) 청소년 야구팀, 후자는 1969년 진룽(金龍) 청소년 야구팀을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컷 구성과 투구·타격·주루 등 경기 장면의 기술적 묘사는 일본 작품을 참고해 모사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벌어진 상징적인 순간들은 타이완 만화가들이 직접 그려 넣었습니다. 현실의 감동을 만화 안에 새롭게 옮겨 담은 거죠.
그럼 타이완 청소년 야구의 황금기를 돌이켜보면서 프리미어12 타이완 대표팀의 테마곡 ‘함께하기(就一起)’를 들어보시죠!
전시회 메인 비주얼 - 사진: 문화부
오리지널 야구 만화의 탄생 ✨
일본 만화를 본뜬 2차 창작물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도 타이완의 오리지널 야구 만화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올해 91세를 맞은 만화가 류싱친(劉興欽)의 《골든 배트(金球棒)》인데, 지방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학교에는 변변한 장비도 충분한 예산도 없어 아이들은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도시에서 온 한 야구 코치가 학교에 부임하면서 야구팀이 창단되는데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훈련을 거듭하고, 마침내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승리하며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나무 배트에서 골든 배트로! 그 여정은 곧 타이둥(台東) 홍예 청소년 야구팀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만화에서 야구는 ‘트렌디한 스포츠’로 묘사되는데,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야구팀에 들어오면 멋진 유니폼과 장비를 갖추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고 권합니다. 그리고 경기에서 승리한 후 사회 각계에서 장비가 기증되고, 외진 학교의 열악한 환경도 조금씩 개선된다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1960년대 지방 학교의 현실을 기록하는 동시에 당시 사회에서 야구가 어떤 희망과 상징이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죠.
한편, 류싱친 작가는 이번 전시 개막식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다시 마주하고 유명 타이완 야구 선수가 사인한 야구공을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국보급’ 만화가가 그 자리에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야구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시회에 직접 참석한 만화가 류싱친(劉興欽) - 사진: 문화부
슬램덩크보다 매출이 많은 타이완 야구 만화!?
다음으로 1990년대 타이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오리지널 야구 만화의 창작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만화가 린정더(林政德)의 《영 건스(YOUNG GUNS)》인데요. 20년에 걸친 연재 끝에 2010년 완결되었고, 야구와 캠퍼스 로맨스를 결합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당시 타이완에서는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선풍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출판되었고,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며 타이완 야구 만화의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웹툰의 유행과 함께 신세대 만화가들의 야구 만화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야시장과 사찰 문화를 야구와 접목한 춘양(蠢羊)의 《인생의 야구 한 판(棒球人生賽)》, 그리고 중칭(宗青)의 청춘 야구 만화 《결승구(決勝球)》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1세대 만화가들이 일군 토대 위에서 새로운 세대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타이완 야구 만화의 가장 큰 힘이겠죠.

타이완 오리지널 야구 만화들 - 사진: 문화부
타이완인의 정체성! 야구 만화의 다음 페이지는? ⚾️
오늘 소개해 드린 작품들은 모두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문화부와 운동부가 공동 추진한 야구 만화 공모의 결과도 오는 4월 말 발표될 예정인데, 또 어떤 작품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WBC에서 타이완 선수들의 활약을 기다리며, 야구와 만화가 함께 만들어갈 다음 장면도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王寶兒,「台灣棒球漫畫特展將開跑 91歲劉興欽搶先看」,中央社。
2. 王寶兒,「李遠李洋『遠洋合作』 雙百萬運動漫畫徵選啟動」,中央社。
3. 「『壘上有人:臺灣棒球漫畫的全力一擊』特展重磅出擊 文化部長李遠宣布遠洋合作『雙百萬運動漫畫徵選』起跑」,文化部。
4. 陳怡杰,「【上報人物】王者再起 林政德揭《YOUNG GUNS》前身後世」,上報。
5. 李鳳然,「漫射計畫》臺灣棒球漫畫的時光隧道:1966 ~1987年從紅葉、金龍少棒,到劉興欽《金球棒》」,國家漫畫博物館籌備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