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문학의 향기를 담아, 지금 <포르모사 문학관>의 문을 엽니다.
1970~80년대 타이완 출판시장의 선두자들 📚
표현의 자유가 통제되었던 계엄 시대, 정치적 의제를 직접 논평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타이완 지식인들은 문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곤 했죠. 게다가 1960년대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독서 인구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지적 수요에 맞춰 타이완 문단에는 이른바 ‘문학 5소(文學五小)’라 불리는 5개의 소형 출판사가 등장해 1970~80년대 출판시장을 이끌었습니다.
문학 5소의 창립자들은 모두 문학계 출신으로, 문학이라는 장르의 가시성을 크게 높였을 뿐만 아니라 작가들 사이의 교류도 활발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5개 출판사는 1968년 린하이인(林海音)이 설립한 ‘순문학(純文學)출판사’, 1972년 야오이잉(姚宜瑛)이 세운 ‘대지(大地)출판사’, 1975년 인디(隱地, 본명 柯青華 커칭화)가 만든 ‘이아(爾雅)출판사’, 1976년 양무(楊牧), 야셴(瘂弦), 예부룽(葉步榮)、선옌스(沈燕士)가 공동 설립한 ‘홍범(洪範)출판사’, 그리고 1979년 차이원푸(蔡文甫)가 세운 ‘구가(九歌)출판사’입니다.
민주화 이후 출판 자유가 보장되고 새로운 매체들이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 문학 5소는 점차 선두적 위치를 잃었지만, 지금도 이아, 홍범, 구가, 이 세 출판사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타이완 문학의 출판과 보급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거죠.
▲관련 프로그램:
반세기 동안 꽃피운 문학의 나무, ‘이아(爾雅)출판사’ 50주년
구가출판사 문학 선집 🏅
이 중 구가출판사는 해마다 전년도에 발표된 작품을 모아 에세이·소설·동화 선집을 출판하고 있고, 선집 발표와 함께 그 해의 에세이상, 소설상, 동화상도 함께 수여합니다. 일종의 문학 연감처럼 우수한 작품들을 후대에 남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5년 소설 부문에서는 작가 리광(栗光)의 〈딸(女兒)〉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딸이 갑자기 해삼으로 변해 버리는 블랙유머 소설인데요. 소설 선집의 총편집을 맡은 류즈제(劉梓潔) 작가는 ‘새로움’을 기준으로 기존 틀을 벗어난 16편의 작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딸〉에 대해서는 “부모와 자녀, 성별, 결혼, 캠퍼스, 자연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판타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로 기묘한 가족 괴담을 그려냈고, 그 과정에서 소설의 새로운 ‘종(種)’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과연 사람은 어떻게 해삼이 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2025년 구가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작, 〈딸〉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해삼이 된 내 딸... 👧
이야기는 딸 먀오먀오(妙妙)가 방과 후 요충 검사 핀테이프를 집으로 가져오면서 시작됩니다. 뭐든지 만져보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과 달리, 먀오먀오는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깨긋함을 좋아하고 심지어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원칙이 분명한 아이였는데요. 밥 먹기 전 손 씻는 건 기본이고요. 밖에 나가서도 깨끗한 물로 손을 씻지 못하면 차라리 배고픔을 선택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화자인 ‘나’, 그러니까 먀오먀오의 어머니는 핀테이프를 붙이는 과정에서 딸의 엉덩이에서 기생충처럼 꿈틀거리는 생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설마 요충인가?” 하고 검사를 해봤지만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그냥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걸 거야” 하고 넘었죠.
하지만 어느 날, 먀오먀오 담임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가방은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두 시간째 아무도 먀오먀오 얼굴을 못 봤어요.” 더 이상한 것은 먀오먀오 책상에 지우개 가루가 잔뜩 남아 있었다는 건데요. 조금이라도 더러운 걸 참지 못하는 먀오먀오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주인공은 급히 학교로 향했습니다.
교실 복도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인공은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한 남자아이가 똥처럼 생긴 무언가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아이는 당황한 선생님과 주인공을 보더니 의기양양하게 “이거 먀오먀오 의자에서 나온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당장 내놔라고 하자, 그 물체에서 하얀 실이 갑자기 뿜어져 나왔습니다. 놀란 남자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그것을 바닥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주인공은 다가가 쪼그려 앉았습니다. 이때 한 여자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집어 들더니 “해삼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주인공은 조심스럽게 만져보고 적어도 똥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조금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먀오먀오의 행방이었죠. 주인공은 해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그걸 여자아이의 물통 속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물속에 있던 해삼이 갑자기 손과 발이 생기고 점점 먀오먀오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날 이후 먀오먀오는 종종 해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사람 모습으로 돌아올 때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해삼이 되었을 때요? 그냥… 잠든 것 같아요. 아무 기억도 없고, 특별한 불편함도 없어요.”

스토리 전개 - 사진: AI생선
이렇게 먀오먀오는 해삼과 인간, 두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처럼 말이죠. 그럼 여기서 잠시, 이 영화의 OST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해삼과 인간의 이중 인생 ✨
이 일을 계기로 주인공의 집에는 ‘해삼 먀오먀오의 집’, 즉 작은 물항아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먀오먀오가 사람으로 돌아왔을 때도, 해양생물을 좋아하는 아빠와 함께 자신이 지내던 물항아리를 들여다보며 관찰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물항아리에서 가늘고 길쭉한 생물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해삼 먀오먀오의 엉뚱이에서 나온 거였습니다. 깜짝 놀란 주인공은 남편을 불렀고, 남편은 해삼 몸 안에 기생하는 ‘숨이고기’라고 설명했는데요. 바로 예전에 요충 검사 때 주인공이 봤던 그 정체불명의 생물이었죠.
가끔 해삼으로 변하긴 했지만, 먀오먀오의 일상은 대체로 평온하게 흘러갔습니다. 몸속에 숨이고기가 있어도 그것을 ‘판타지 친구’처럼 여기며 별다른 거부감 없이 지냈습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이 평화를 깨는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먀오먀오의 외할머니였는데요. 아무것도 모르는 외할머니는 의자 위에 놓여 있던 해삼, 즉 먀오먀오를 요리하려 칼을 들었습니다. 외할머니가 해삼을 자르기 직전, 퇴근한 주인공이 급히 외할머니를 막아냈지만, 먀오먀오가 해삼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날 이후, 먀오먀오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은 매일 딸이 돌아오기를 기도했지만, 남편은 조금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먀오먀오는 지금 자신이 되고 싶은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그렇게 한 학기가 흘렀습니다. 설 연휴를 앞둔 어느 날, 해삼 먀오먀오는 갑자기 무성생식으로 두 마리로 되었는데, 두 마리 중 한 해삼이 갑자기 사람 먀오먀오로 돌아왔고, 다른 한 마리는 그대로 평범한 해삼으로 남았습니다.
사람으로 돌아온 먀오먀오는 예전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결벽증이 사라진 것처럼, 지우개 가루가 흩어진 책상 위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숙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삼 먀오먀오의 몸속에 살던 숨이고기도 사라졌는데요. 조금 아쉬워한 남편은 남아 있는 해삼을 정성껏 돌보기로 하고, 심지어 훗날 먀오먀오가 아이를 낳게 되면 그 해삼을 요리해 딸에게 먹이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주인공은 그냥 넘어갔지만, 마음속에는 ‘둘째 딸’을 꼭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스토리 전개 - 사진: AI생선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고 나면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죠. 처음엔 에세이인 줄 알았더니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갑자기 판타지 소설이 되었습니다.
사회가 여상에게 가한 강박 ❗
전통적으로 여성은 깨끗하고 순수한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특히 결벽증이 있던 먀오먀오는 언제나 어른들에게 ‘착하다’는 칭찬을 받던 아이였지만, 똥처럼 생긴 해삼이 된 후에도 전혀 불편함 없이 두 가지 모습의 삶을 이어갔습니다. 몸속에 기생하는 숨이고기가 있어도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죠. 그리고 죽을 뻔한 위기를 지나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을 때는, 더 이상 깨끗함을 강박처럼 요구하는 아이가 아니라, 더러운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사회가 여성의 몸에 강요해 온 규범과 강박은 분리된 해삼의 몸에 남아 있는 모양이죠.
성평등 운동이 많이 발전해 왔다고는 하지만, 여성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작가는 유머와 기묘한 상상력을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작가 리광, 그리고 왜 하필 ‘해삼’이라는 존재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董柏廷,「九歌114年度文選今贈獎 凌拂〈歸山〉、栗光〈女兒〉奪年度散文與小說獎」,自由藝文。
2. 【第二十一屆林榮三文學獎.短篇小說獎三獎】 栗光/女兒 - 2之1
3. 【第二十一屆林榮三文學獎.短篇小說獎三獎】 栗光/女兒 - 2之2
4. 《九歌114年小說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