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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이족 ‘야구의 마을’, 왜 ‘광복’이라고 불릴까? ⚾️

화롄 광푸 ‘타이바랑(太巴塱)’의 원주민 아메이족 - 사진: 나무위키
화롄 광푸 ‘타이바랑(太巴塱)’의 원주민 아메이족 - 사진: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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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야구의 요람 🧺

2주간 이어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끝났지만, 타이완의 야구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습니다. 타이완 프로야구 새 시즌 개막을 열흘 앞둔 지금, 야구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어제(17일) 방송된 <포르모사 문학관> 시간에 소개해 드렸다시피, 타이완 프로야구 선수의 약 40%는 원주민입니다. 이 가운데 동부 아메이족(阿美族) 출신 선수는 가장 많은데요. 특히 화롄(花蓮) 광푸향(光復鄉)은 ‘야구의 마을’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원주민 야구 인재를 배출해 왔습니다. 1920년대 타이완 최초의 본토 야구팀인 ‘능고단(能高團)’부터 타이완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른 차오진후이(曹錦輝) 선수, 그리고 현재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러 선수들까지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타이완 야구의 시작… ‘능고단’과 《바나나잎과 나무의 약속》

그리고 지난해 9월, 태풍을 동반한 폭우로 광푸향에서 폐색호가 범람해 19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흙과 모래로 뒤덮인 광푸를 돕기 위해 타이완 국민들은 SNS를 통해 자발적인 지원에 나섰고, 결국 그 주말 교사절 연휴 동안 6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재해 현장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삽을 들고 복구 작업에 협조했기 때문에 ‘삽 든 슈퍼맨(鏟子超人)’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재해 복구를 위해 광푸로 모인 자원봉사자들 - 사진: Rti

이번 재해는 정부의 관리 소홀과 대응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특히 현지에는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아메이족 어르신들이 많아, 경보 방송나 대피 메시지가 전달되어도 효과가 제한적이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원주민 언어의 중요성 또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중국어가 오늘날 타이완의 공식 언어라 하더라도 원주민에게는 여전히 외래자의 언어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원주민 언어의 전승과 보존은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타이완 야구의 중심지, 화롄 광푸로 함께 떠나볼까요?


되찾고 있는 고향 이름... ✨ 

화롄 중부, 중앙산맥(中央山脈)과 해안산맥(海岸山脈) 사이 평원에 위치한 광푸는 인구 약 1만 명 규모의 작은 마을입니다. 주민 구성은 원주민과 한족이 각각 50%씩을 차지하며, 이 중 아메이족과 하카인(客家人)이 가장 많습니다. 한족 이민이 오기 전 집집마다 비둘기콩을 심었기 때문에 비둘기콩을 뜻하는 아메이족어 ‘Fata'an’에서 이름을 따 ‘마타이안(馬太鞍)’이라고 불렸습니다. 이후 중화민국 정부의 이전과 함께 1947년 광복을 의미하는 ‘광푸(光復)’로 지명이 바뀌게 되었죠.

봄에 꽃이 만개하는 광푸향 풍경 - 사진: 관광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 치히로는 돼지가 된 부모를 구하기 위해 유바바에게 자신의 이름을 내주고 온천장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야 이름의 의미를 깨닫고 본명을 되찾게 되었죠. 마찬가지로 현지 아메이족에게 ‘광푸’라는 이름은 국가 서사에서 만들어진 이름일 뿐, 아메이족을 대표하지 못하고 오히려 원주민의 정체성을 지워버리는 상징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2014년 10월 25일 광복절을 맞아, 고향의 이름을 ‘마타이안’으로 되돌리려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움직임은 큰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영원한 라이벌 🥊 ‘마타이안’과 ‘타이바랑’ 

현재 광푸향 아메이족은 주로 ‘마타이안(馬太鞍)’과 ‘타이바랑(太巴塱)’ 두 부락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화롄강(花蓮溪)을 경계로 서쪽에는 마타이안, 동쪽에는 타이바랑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어제 소개해 드린 야구 소설 《바나나잎과 나무의 약속(蕉葉與樹的約定)》의 주인공들은 마타이안 출신이고, 저자 나카오 에키 파치달(Nakao Eki Pacidal)은 타이바랑 출신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형성된 폐색호는 화롄강 상류에 있어 마타이안 부락과 더 가깝니다.

광푸의 양대 아메이족 마을 마타이안과 타이바랑 - 사진: 구글맵

두 부락은 불과 1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조상 발원지와 신화가 서로 다르고, 토지와 하천 자원을 둘러싼 분쟁 또한 이어져 왔습니다. 이로 인해 두 부락 사이에는 오랫동안 원한과 경쟁 의식이 형성되었습니다. 심지어 1970년대 이전까지는 두 부락 간의 통혼이 크게 반대되었고, 경우에 따라서 마을 전체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선거 때에도 후보자의 출신 부락에 따라 득표율이 크게 달라질 정도였죠.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우리’와 ‘너희’를 나누는 경계가 거의 사라졌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정체성의 일부로 남아 있습니다.


야구로 하나가 된 화롄 아메이족 ⚾️

특히 야구는 두 부락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마타이안에 있는 광푸초등학교와 광푸중학교, 그리고 타이바랑에 있는 타이바랑초등학교는 모두 ‘야구 선수의 요람’으로 불리는 야구 명문인데요. 이 중 타이바랑초등학교와 광푸초등학교는 각각 1900년, 1924년에 설립되어 화롄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두 학교입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야구팀이 조직되어 수많은 야구 스타를 길러내 왔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두 학교 출신 동문들이 처음으로 친선 경기를 열었습니다. 메이저리그 투수 차오진후이를 비롯해 총 80명의 아메이족 선수들이 모교로 돌아와 함께 경기에 나섰는데요. 경기 결과, 광푸초등학교는 6대 3으로 타이바랑초등학교를 꺾었습니다. 정년퇴직한 광푸초등학교의 천젠룽(陳劍榮) 코치는 자유시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두 부락 사이에서 갈등이 잦았고 광푸향 운동회에서도 각자 부족의 명예를 걸고 경쟁하곤 했다”며, “지금처럼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3년 광푸초등학교과 타이바랑초등학교 출신 동문들이 처음으로 야구 친선 경기를 열었다. - 사진: 자유시보

이어서 마타이안 부락 출신의 아메이족 가수 ‘AZ 리샤오주(李孝祖)’의 ‘Kalingko(豐年祭)’를 함께 들어보시죠. 제목을 중국어로 직역하면 ‘풍년제’로, 아메이족에게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입니다. 아메이족의 깊은 전통과 정체성을 담은 곡입니다.


아메이족의 연령계급 제도 ⭕️

소설 《바나나잎과 나무의 약속》에서 마타이안 부락 출신의 주인공은 ‘연령계급’이라는 아메이족의 전통 제도를 여러 차례 언급하는데요. 아메이족은 모계사회로, 어머니가 한 집안에서 위상이 가장 높은 위상을 지니며 재정관리와 농업활동 등 가정의 주요 사무를 주관합니다. 가업 승계 역시 장녀를 비롯한 여성을 우선으로 합니다. 

반대로 남성은 적의 퇴격과 공공 업무, 부락 활동 등 집안 밖의 ‘외부 사무’를 책임집니다. 방금 띄어드린 노래의 제목인 ‘풍년제’도 남성들의 책임 중 하나로, 축제의 준비와 진행을 맡습니다. 마타이안 부락의 경우, 남성은 17세가 되면 ‘연령계급’에 가입해 부락의 공공사무에 참여해야 합니다. 연례계급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는데요. 17~46세는 ‘청년계급’으로, 일반적인 부락 사무와 풍년제 집행을 담당합니다. 47~66세는 ‘장로계급’으로, 풍년제 준비를 총괄하고 청년들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입니다. 이 두 계급은 5년을 주기로 한 단계씩 올라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70세 이상은 ‘원로계급’에 속해 부락의 주요 사안을 결정합니다.

연령계급은 아메이족 사회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장치로, 지난해 폐색호 범람 때에도 큰 역할을 했는데요. 외부 지원이 도착하기 전, 가장 젊은 청년계급이 즉시 마을 사람들을 조직해 복구 작업에 투신했죠. 덕분에 재해 대응이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고, 부락 공동체의 단결력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매년 7~9월 사이 열리는 풍년제 외에도, 4월 청명절 전후에는 부락 내에서 구기 경기를 열어 연례계급의 간 결속을 다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아메이족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반이 되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왔죠. 그래서 소설 속 연령계급에 속하지 않은 두 주인공은 서로를 의지하며 집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메이족의 수도 🌟

마타이안과 타이바랑은 인구 규모가 비교적 큰 편이라 ‘아메이족의 수도’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역사와 연례계급 제도를 바탕으로,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타이완 사회에 꾸준히 기여해 왔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타이완의 영웅들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劉金英,〈太巴塱部落與馬太鞍部落之接觸、衝突、部落認同〉。
2. 陳子軒,「棒球與『光復』回家之路──能高團的歷史足印、高國輝的麒麟臂和《蕉葉與樹的約定》」,報導者。
3. 王崴漢,「台灣有兩個『馬太鞍』原民部落?Fata'an、Matanki不僅所在地不同、其實完全不同族?」,少年報導者。
4. 〈光復沿革〉,光復鄉公所。
5. 花孟璟,「花蓮光復國小、太巴塱國小少棒OB『部落對抗賽』 曹錦輝站上投手丘」,自由體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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