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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 특집] 타이완 청춘 영화의 전설, 《남색대문》

2002년에 개봉한 타이완 청춘 영화 〈남색대문(藍色大門, Blue Gate Crossing)〉 스틸컷 - 사진: 아르크 라이트 필름(吉光電影, Arc Light Films) 제공
2002년에 개봉한 타이완 청춘 영화 〈남색대문(藍色大門, Blue Gate Crossing)〉 스틸컷 - 사진: 아르크 라이트 필름(吉光電影, Arc Light Films) 제공

안녕하세요. 연예계 소식 진옥순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 3 14일은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화이트데이입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화이트데이는 발렌타인데이(2 14)에 초콜릿을 받은 남성이 사랑이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사탕으로 답례하는 날인데요. 매년 이맘때면 연인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곤 합니다  

오늘은 로맨틱한 분위기에 맞춰, 조금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타이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타이완 청춘 영화의 전설 〈남색대문(藍色大門, Blue Gate Crossing)〉입니다.  

2002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한국 분들에게도 익숙한 두 배우의 운명적인 시작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히로인 구이룬메이(계륜미), 한국 배우 손예진과 함께한 한중 합작 영화 '나쁜놈은 죽는다'로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천보린(진백림)의 파릇파릇한 데뷔작이죠. 두 배우가 17살이던 시절의 풋풋함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담아둔, 정말 소중한 작품입니다. 신인이었던 두 배우의 풋풋한 연기와 감각적인 연출은 평단과 관객 모두의 사랑을 받았고, 칸 영화제 독 주간’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타이베이에 위치한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부속고등학교’입니다. 이야기는 단순하고도 클래식하게 시작됩니다. 17살 소녀 위에전은 같은 학교 수영부의 킹카, 스하오를 짝사랑합니다. 하지만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절친 커로우에게 대신 고백해 달라고 부탁하죠. 하지만 여기서 사건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스하오가 정작 사랑의 메신저'였던 커로우에게 반해버린 것이죠!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하이틴 로맨스를 넘어, 세 인물의 엇갈린 시선’과 그 속에 숨겨진 은밀한 고민’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여주인공 커로우(계륜미 분)는 늘 무표정하고 고독해 보입니다. 그녀는 마음속에 큰 비밀을 품고 있는데요. 바로 자신이 여자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혼란과 공포입니다. 커로우가 체육 선생님이나 남주인공에게 나랑 키스하고 싶어?”라고 묻는 장면은 유혹이 아니라, ‘나도 평범하게 남자를 좋아할 수 있을까?’를 확인하는 처절한 실험이었던 셈이죠.  

반면 남주인공 스하오(진백림 분)는 청춘 그 자체를 의인화한 인물 같습니다. “내 이름은 스하오, 전갈자리 O, 수영부와 기타부야!”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유치할 정도로 순수하죠. 그는 사랑을 향해 직진하지만, 커로우의 비밀을 알게 된 후에도 화를 내기보다 이렇게 말합니다. “언젠가, 어쩌면 1년 뒤일 수도, 3년 뒤일 수도 있지만, 만약 네가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제일 먼저 나에게 꼭 말해줘.” 이보다 더 다정하고도 슬픈 고백이 또 있을까요?  

그리고 이들 사이에 있는 위에전(양우림 분)은 우리 모두의 서툴렀던 모습을 닮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쓴 펜을 몰래 갖고 있고, 다 마신 물병을 간직하는 등 작은 사랑의 수집품’을 통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서툴고 간절한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이 영화는 서로 다른 곳을 보는 세 사람의 시선을 통해, 17살에 겪었던 뜨겁고도 서늘했던 자아의 성장을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이 성장의 여정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영화의 주제곡입니다. 타이완 여성 싱어송라이터 천치전(陳綺貞)이 부른 <미뉴에트(小步舞曲)>인데요. 그녀는 이 곡을 만들며 이렇게 남겼습니다.  

" 속의 무거운 일들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로질러 가라."  

이 말은 어쩌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 삶에는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 분명히 존재하죠. 여주인공이 겪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나, 남주인공의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 무거운 고통 속에 영원히 매몰되는 대신, 경쾌한 멜로디에 맞춰 가볍게 한 걸음 내딛는 것'. 그것이야말로 청춘이 가진 가장 큰 특권이자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가 아닐까요?  

조금은 슬픈 가사를 품고 있지만, 멜로디만큼은 산뜻하고 가벼운 이 노래. 잠시 이 노래를 들으며 여러분의 고민도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영화 제목 남색대문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영화 속에 파란 대문이 나오지 않는데, 왜 이런 제목일까요?”  

사실 이 이름은 이즈옌(易智言) 감독의 철저한 직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제목 속에는 청춘만이 가질 수 있는 중의적인 감정’이 절묘하게 담겨 있습니다. ‘남색(Blue)’은 한편으로는 17살 소녀가 느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우울, 미지의 감정을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런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가장 순수하고 맑은 청춘의 색깔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문(Gate)'이라는 단어가 더해지며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집니다. 이 문은 물리적인 문이 아니라,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심리적 관문입니다. 누구나 어른이 되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하지만 동시에 통과하기엔 두려운 그 문턱 말이죠.  

또한 영화 곳곳에는 이 제목을 뒷받침하는 푸른 원소들이 가득합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짙푸른 수영장 물, 끝없이 펼쳐진 여름 바다, 그리고 소년 소녀들의 셔츠 위로 흐르는 푸른 땀방울까지... 이 모든 남색의 조각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해 여름의 풋풋한 기억을 꺼내 보게 만듭니다.  

결국 남색대문'은 우리가 가장 서툴고 혼란스러웠던, 그러나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그 시절의 통과 의례를 상징하는 이름인 셈입니다.  

2000년대 당시, 타이완 사회에서 10대 동성애 문제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이즈옌 감독은 이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여주인공의 고민은 특별한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찾아가는 보편적인 통증’으로 그려집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들려오는 한마디가 이 작품의 핵심을 전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는 남겠지.  

남겨진 무언가로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될 거야.”  

청춘 시절 겪었던 혼란과 상처, 그리고 그 안에 남겨진 기억들이 결국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는 의미겠지요. 그래서인지, 이 대사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울립니다.  

〈남색대문〉은 자극적인 사건이나 화려한 전개가 없지만, 공감되는 대사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여름 풍경,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청춘을 그려냅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요즘, 순수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타이완 영화 〈남색대문〉을 추천드립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여러분 자신의 청춘도 조금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영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연예계 소식의 진옥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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